있음이란 무엇인가
형이상학(Metaphysics)은 철학의 최고 핵심적인 분야로서 「 있음 」 에 대하여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 있음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일단 우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왜냐하면 만약에 무언가가 없다라고 한다면, 없음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둠이 존재하는 것은 그 어둠 자체가 존재해서가 아니라, 빛이 부재하기 때문에 어둠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빛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둠이라는 것을 정의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없음이라는 것은 있음의 부재일 뿐이므로, 우리는 있는 것에 대해서만 논할 수가 있는 셈이다.
이렇듯 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비록 명확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무언가가 있다라고 가정할 수 밖에 없으며, 있는 것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으므로, 있음에 대한 탐구는…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 되는 제 1철학이 된다. 또한 있음에 대하여 탐구하기에 이를 존재론(ontology)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왜 있는 것일까, 없을 수도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있는 것일까? 이제는 있음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있음의 원인이란, 있음을 있음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진정한 있음으로서, 있음의 배후에 존재하면서도, 있음을 형성하는 원리이자, 있음의 시작이 되는 것이며, 영원한 있음으로서의 있음이며, 있음의 궁극적 본질이자, 있음의 근원이 되는… 진정한 실체(substance)를 가리킨다.
그리고 보편적으로 위와 같은 존재를 사람들은 '신' 이라고 불러왔다. 즉 있음의 원인을 탐구한다는 것은, 신의 존재를 증명해 나아간다는 것과 의미상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신학이 신의 존재를 가정한다면, 철학은 (있음의 원인자) 실체의 존재를 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철학이 쇠퇴함에 따라, 이러한 실체에 대한 탐구는 어느덧 과학이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과학은 다시 한번 있음의 원인을 가정하여, 자신들이 그 원인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망상을 하고 있다. 시간은 흘렀지만, 인류는 단 한순간조차 (있음의 원인자) 신에게서 해방되지 못한 것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공포이자 악몽이란 말인가. 이렇듯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있음과 그 있음의 원인을 탐구하는, 있음 그 자체에 대한 학문임을 기억하라.
자, 이제 우리는 다시 물음을 던질 차례이다… 있음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궁극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있음은 언제나 「 인식 」 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생각해 보라, 우리는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것은 우리가 있음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있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있음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다음의 철학이 선행되어야 한다.